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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관람 후기 (쿠키 없음, 특전, 등장인물, 줄거리, 영화 리뷰, 신카이 마코토 작품)

소곤조곤 2023. 3. 15. 00:30

얼마 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를 만들었는데 모두 아름답게 표현된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감독 특유의 아름답고 따뜻한 색채 속에 섬세한 영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개인적으로 잘 보고 온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관람하였는데 해당 극장에서 제공하는 편리함에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집중해서 잘 보았습니다.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이용 후기 (서울 영화관, 메가박스 상암, 월드컵경기장 근처 영화관,

얼마 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점을 다녀왔습니다. 이 지점은 월드컵경기장 건물에 속해 있어 축구 경기가 있을 때 함께 이용하셔도 좋고, 내부에 홈플러스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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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전시된 포스터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각형의 종이포스터 외에 의자 모양으로 귀엽게 제작된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지 귀엽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메가박스 홈페이지

제가 방문한 메가박스에서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예매하여 종이 티켓을 소지한 고객 대상으로 오리지널 티켓을 제공하는 특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특전은 개봉일 1회 차 영화부터 재고 소진 시까지 배포한다고 합니다. 대상은 메가박스 멤버십 회원이면서 스즈메의 문단속 당일 관람 가능한 티켓을 소지한 고객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날 오전 11시 30분경에 도착하였는데, 매표소 데스크 위의 안내판을 통해 전량 소진이라는 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이 아닌 탓에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뭔가 아쉬웠어요. 지금은 오리지널 티켓이 전량 소진되어 해당 이벤트가 종료된 것 같습니다. 대신 '스즈메랑 의자' 동화책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3월 15일부터 진행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매점에서는 스즈메의 문단속 콤보 세트를 판매하고 있는데, 팝콘통에 해당 영화 스틸컷이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 N차 관람자들을 위해 이 팝콘통을 가져가면 팝콘을 할인해 주거나 굿즈를 증정하는 등의 이벤트가 진행 중인데, 자세한 정보는 메가박스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출처: cgv 홈페이지

다른 극장의 특전을 알아보니 여러 가지 특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각 극장별 스즈메의 문단속 관람객 특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CGV: 매표소에서 관람 당일 티켓 인증 시 선착순 '스즈메랑 의자' 동화책 증정 / (소진 시 종료) '배경 커버+필름마크(2종 택1)+투명봉투' / 2023.3.15.(수)~3.21.(화) (필름마크는 소진 시까지) / 스즈메의 문단속 당일 관람 인증 고객 대상 / 1좌석 당 1세트 선착순 증정

롯데시네마: 매표소에서 관람 당일 티켓 인증 시 선착순 '스즈메랑 의자' 동화책 증정 / 2023.3.15.(수)~소진 시까지 / 스즈메의 문단속 당일 관람 인증 고객 대상 / 1좌석 당 1세트 선착순 증정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증정 이벤트 종료) 매표소에서 관람 당일 티켓 인증 시 선착순 '스즈메랑 의자' 동화책 증정 / 2023.3.15.(수)~소진 시까지 / 스즈메의 문단속 당일 관람 인증 고객 대상 / 1좌석 당 1세트 선착순 증정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처음엔 '너의 이름은' 포스터가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두 영화의 포스터 모두 하늘이 아름답게 표현된 것이 공통점으로 작용하여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영화 제목이 조금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문단속'이라니. 오로라 빛의 영롱한 색감이 아름답게 묘사된 포스터와는 융화가 잘 되지 않는 단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던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같이 강렬하거나 문어체스러운 단어 조합의 일본 영화 제목이 떠오르며, 그런 느낌을 살리고자 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왜 '문단속'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아니 '문단속'이라는 단어보다 이 영화 제목으로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들의 역할을 '문 지킴이', '문 닫는 사람'과 같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문 닫는 행위'로서의 '문단속'이라는 표현이 좀 더 은은하게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후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 관람 예정이신 분들은 이후의 내용을 보실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보 없이 관람을 원하시는 경우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 등장인물 & 알아두면 좋은 용어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이와토 스즈메: 여자 주인공으로 규슈 미야자키현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17세 소녀입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미래에 간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며 간호사 관련 전문 서적을 여러 권 가지고 있고 간단한 치료를 매우 능숙하게 하는 편입니다. 어린 나이에 지진으로 어머니를 잃은 후부터 이모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감수성이 있고 선하며 때로는 대담한 면이 있어 불의를 보면 위험을 불사하고 상황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친화력이 있어 낯선 사람과도 대화를 잘 나누고, 달리기 실력이 상당(?)합니다.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미즈'를 맨눈으로 보며, 미미즈가 '저세상'에서 인간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관문인 '뒷문'을 닫고 열쇠로 잠그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무나카타 소타: 할아버지가 하던 '토지시'라는 가업을 물려받아 폐허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며 미미즈가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뒷문'을 단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교사라는 직업을 꿈꾸고 있어 됴쿄의 한 대학에 진학하여 교육을 전공하고 있으며, 임용고시 시험을 앞두고 몸이 의자로 변신하여 안타깝게 시험 당일에 응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문단속을 위해 폐허를 찾던 중 스즈메를 만나게 되고, 요석이었다가 봉인 해제된 고양이 '다이진'에 의해 의자로 변하게 됩니다. 외모는 상당히 수려하여 조각 같은 꽃미남이며, 스즈메도 한눈에 소타에게 반하게 되어 처음 만난 이후 다시 소타를 찾아 폐허로 들어가 헤매다가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이후 소타와 동행하게 됩니다. 책임감과 인류애가 강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문단속' 임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합니다. 개인적으로 인간 소타의 출연 빈도가 매우 낮아서 그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의자 소타 비중이 소타 역할 비중의 팔 할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다이진: 과거 토지시는 미미즈를 억누르기 위해 규슈와 도쿄의 뒷문 앞에 각각 두 개의 요석을 꽂아 놓았는데, 이 중 규슈의 요석이 스즈메에 의해 봉인이 풀려 작고 햐얀 고양이가 됩니다. 이 하얀 고양이가 바로 다이진입니다. (후반부에 도쿄를 지키던 요석도 봉인이 해제되어 크고 검은 고양이가 되는데 이 고양이의 이름은 사다이진입니다.) 다이진은 깜찍하고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로 다이진이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로부터 사진 세례를 받으며 sns에 등장하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다이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바로 스즈메의 애정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다이진은 포지션이 애매한 빌런으로 나와 감정선을 읽어내기가 다소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다이진에 대한 스즈메의 감정과 반응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설정이어서 그런 것 같네요. 다이진이 스즈메를 부르는 특유의 억양(“스-즈으- 메!“)이 있는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 부분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이진 역의 성우는 8살 아역 배우이며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다이진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주인공 키키가 데리고 다니는 검은 고양이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 신카이 감독도 실제 그렇다는 인터뷰를 했다고 하네요.

 

이와토 츠바메: 스즈메의 엄마이자 이와토 타마키(스즈메의 이모)의 언니로, 생전에 간호사였습니다. 스즈메의 장래 희망이 간호사인 것도 그녀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스즈메가 어린 나이였을 때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사망하고 맙니다. 스즈메가 어렸을 적에 스즈메만을 위한 의자를 손수 제작합니다. 이 의자는 이후 스즈메의 방에서 치료를 받던 소타가 다이진에 의해 빙의되는 물건입니다.

 

이와토 타마키: 이와토 츠바메의 여동생이자 스즈메의 이모이며, 스즈메가 엄마를 잃고 난 뒤 스즈메를 키우는 실질적인 양육자입니다. 스즈메와 함께 규슈 미야자키현에 살고 있으며 영화에서는 40살로 등장합니다. 모성애가 강하여 스즈메를 딸 이상으로 아끼고 보호하며 책임감이 강한 캐릭터입니다. 

 

세리자와 토모야: 소타와 함께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나 소타가 임용고시장에 나타나지 않아 걱정이 되어 소타의 집으로 찾아온, 소타의 매우 가까운 친구입니다. 외모와 행동을 보면 가벼운 한량 같은 느낌이지만, 정이 깊고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마음 따뜻한 면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미미즈: 일본 열도에 대형급의 지진을 일으키는 거대한 힘으로, 붉은 연기가 뭉쳐져 구렁이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미미즈는 재앙의 원천으로, 뒷문이 열리면 그 문을 통해 인간 세상으로 나와 거대한 힘을 뿜어 냅니다. 특히 이 힘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마치 멀리서 보면 불이 나서 불기둥이 솟은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정도 힘이 뭉쳐지면 서서히 지면으로 내려와 충격을 가해 지진을 야기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됩니다. 이 영화에서 소타는 동일본 대지진도 미미즈에 의한 것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소타와 같은 토지시와 스즈메를 제외한 일반인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극 중에서는 스즈메와 소타가 미미즈를 보고 문단속을 하러 뒷문 쪽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토지시: 열린 뒷문을 통해 인간 세계로 나온 미미즈의 힘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뒷문을 닫은 후 열쇠 구멍을 만들어 열쇠로 문을 걸어 잠그는 일(문단속)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극 중 소타가 할아버지(무나카타 히츠지로)의 가업을 이어받아 토지시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폐허가 된 곳들을 찾아다니며 문단속을 합니다.

 

저세상: 죽은 자들이 사는 공간으로, 이 영화에서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미미즈가 생성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고교생이 된 스즈메는 규슈의 폐허에서 뒷문을 발견하고 그 문을 열어 오로라 빛 하늘로 가득한 저세상을 봅니다. 그 곳에서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가고자 하나 실패하게 되는데, 사실 그 존재는 엄마가 아닌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자신이 어렸을 때 살았던 마을의 처음 들어간 적이 있는 그 문을 통해 비로소 저세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뒷문: 저세상과 인간 세상의 통로로 작용하며, 이 문이 열리면서 미미즈가 여러 번 인간 세상으로 튀어나와 지진을 일으키곤 합니다. 소타가 하는 일은 폐허를 찾아 일본 열도를 돌아다니며 이 뒷문을 닫고 잠가 문단속을 하는 것입니다.

 

요석: 뒷문 근처에 박혀 있으며 미미즈가 인간 세계로 뻗어나오지 못하도록 미미즈를 봉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극 중 규슈의 옛 온천 자리가 폐허가 되고 이곳에 뒷문이 생기는데, 그 뒷문을 지키고 있던 요석이 봉인 해제 전의 다이진입니다. 스즈메의 힘에 의해 이 요석은 봉인이 해제되어 하얀 털뭉치의 고양이 다이진이 됩니다. 그리고 도쿄의 요석은 커다란 검은 고양이 사다이진인데, 신카이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고양이를 좋아하며, 일본 신사에서 본 두 개의 석상이 문 옆에 서 있는데 그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줄거리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규슈의 한 어촌 마을에 살고 있는 스즈메는 어느 날 아침 등교하던 중 폐허의 위치를 묻는 소타를 만나게 됩니다. 스즈메는 길을 알려주며 소타의 아름다운 외모에 첫눈에 이끌리게 됩니다. 결국 가던 길을 되돌아 소타를 찾아 자신이 알려준 폐허로 돌아가지만, 소타를 찾지 못하고 수면 위에 떠 있는 문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문을 열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 안에서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끝내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스즈메는 발에 채인 석상 하나를 땅에서 뽑아 드는데, 그 석상이 갑자기 흰 뭉치가 되어 멀리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온 스즈메는 창문 너머 붉은 구렁이 형상의 연기가 폐허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폐허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문을 닫고 있는 소타를 발견하고, 함께 문을 닫는 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타는 팔을 다치게 되고, 치료를 위해 스즈메의 방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하얀 고양이 다이진을 만나고, 다이진은 소타를 의자로 변신시켜 버립니다. 이 일을 계기로 소타와 스즈메는 다이진을 쫓으며 중간에 몇 차례 열린 뒷문을 닫아 미미즈를 가두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도쿄에서 또다시 미미즈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발견하고 문을 닫으려 하나 도쿄의 요석 사다이진도 봉인 해제된 것을 알고 절망합니다. 결국 의자 소타가 요석이 되어 미미즈를 봉인하고 소타는 저세상에 남겨지고 맙니다. 스즈메는 소타를 구하기 위해 저 세상으로 갈 방법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이 와중에 소타의 친구인 세리자와, 스즈메의 이모인 타마키, 다이진과 사다이진이 합류하여 스즈메의 어릴 적 살던 마을을 향해 함께 길을 나섭니다. 스즈메는 과연 소타를 구할 수 있을까요? (영화 관람 예정인 분들을 위해 이후의 이야기 언급은 자제하겠습니다.)

 

 

 감상 후기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이 영화는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가 메인 모티브가 되어 스토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일본 열도는 예부터 주기적으로 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이 영화의 소재가 자국민들의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 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들의 지진에 대한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경험(뉴스 기사 등을 통한)은 누군가에게는 충격으로, 심하면 트라우마로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여자 주인공 스즈메 또한 어머니가 세상 전부였을 어린 나이에 지진으로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지진으로 인한 불안함과 공포를 달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색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닌, 메시지도 따뜻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즈메와 소타가 함께 뒷문을 닫는 장면에서 감독은 '그 공간에 담겨 있던 사람들의 호흡이나 오가던 말과 행동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자취와 감정을 느껴 보라'는 소타의 말을 빌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소타의 말대로 한 스즈메는 뒷문을 닫는 힘을 더 강하게 뿜으며 결국 문을 닫게 되고, 이를 보며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거대한 물리적인 힘을 컨트롤하는 마음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즈메가 도쿄에서 의자가 된 소타를 요석삼아 미미즈를 봉인한 후, 소타는 의자 요석으로 저세상에 남게 됩니다. 스즈메는 소타를 구하기 위해 도쿄의 뒷문을 통해 저세상에 들어가려 하나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스즈메의 어린 시절 살던 마을에 존재하는 뒷문을 통해 저세상으로 입장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요석이 된 의자 소타를 다시 만나 봉인을 해제시킵니다. 이 장면을 통해 다른 문을 거쳐 저세상에 들어가도 소타를 만난 것을 보면, 모든 저세상은 입구만 다를 뿐 결국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저세상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세상에서 의자 소타를 요석에서 봉인해제 시킨 후의 십대 후반의 스즈메가 네다섯 살의 어린 스즈메를 만나 달래는 장면은 실사였다면 오글거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 스토리 속 종종 등장하는 신파 장면임에도 애니메이션이라는 필터로 표현되어서 그런지 주인공들이 울 때 저도 순간 울컥했어요. 역시 심금을 울리는 것은 신파가 근본인가 봅니다.

문은 한 공간과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의 의미를 가지며 보통 닫혀 있는 것을 여는 객체로 여기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열려 있는 문을 닫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뒷문이 열리는 순간 재앙이 시작되어 악이 인간 세상으로 침범하며, 문을 닫음으로써만이 인간 세상을 방어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보통 판타지적 시각에서 묘사되는 문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포털로서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저세상으로 들어가려는 스즈메에게 살아 있는 자는 저세상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칙을 제시합니다. 보통 우리가 가지는 문에 대한 이미지를 뒤집어 생각한 감독의 발상이 신선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죽은 자의 공간인 저세상에 들어간 스즈메는 소타까지 봉인 해제시켜 살아서 나오게 됩니다. 죽은 자들의 세상은 동시에 부활의 공간이 되고, 과거의 상처 입은 나를 마주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공간으로도 작용합니다.

빌런 역의 고양이 다이진은 깜찍하게 귀여우면서도 얄미운데 애매한 포지션 답게 한편으로 측은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와 의기양양할 털이 빵빵해지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기운이 없을 때는 털이 늘어지고 급격하게 말라버립니다. 털의 부피로 기분이 표현되는 것이 참 귀여웠습니다.

 

 

□ 아쉬운 부분 & 궁금증

출처: 다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161806#)

이 영화를 보며 던져 놓은 복선을 회수하지 못하여 남겨진 찜찜함이 다소 있었습니다. 스즈메와 소타의 급격한 로맨스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즈메가 소타를 처음 본 후 첫눈에 빠지게 되었지만, 이후에 목숨을 걸 정도로 깊은 감정을 단시간만에 가지게 된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사도 아니고 애니메이션이기에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다지만, 개연성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어요. 또 다이진의 감정선을 느껴 보며 조금 더 설명이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소타를 질투(?)하여 의자로 변신시키고 소타에게 요석 역할을 떠넘기며 약을 올리던 다이진이, 이후 요석이 된 소타를 구하러 가는 스즈메와 동행하여 요석이 된 소타를 땅에서 뽑으려는 스즈메를 돕는 모습을 보입니다. 더 이상 요석의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아 도망쳤던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찬찬히 곱씹어 보며 감정 변화가 심한 것에 어리둥절했던 부분들은 '변덕이 심한 고양이'로서의 다이진의 개성을 캐릭터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급 이해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은, 어린 스즈메를 위해 어머니가 만든 의자의 사라진 다리 한 쪽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사라진 다리 한쪽이 어떤 이유로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기대했었는데, 이유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 덕분에 나름 혼자 상상을 해 보았는데, 그중 하나는 사라진 의자 다리 한 쪽을 찾아 그것으로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사라졌던 다리 한쪽을 찾아 원래 자리에 꽂아 완전체 의자로 만들면 소타가 봉인 해제된다거나 어머니가 부활한다던가 하는 상상을 해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리 한쪽은 땅에 묻어두었던 스즈메의 어릴 적 보물 상자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즈메가 보물 상자 뚜껑을 열 때 잠깐 스쳤었어요.

영화를 보며 가졌던 또다른 궁금증 한 가지는, 다이진과 또 다른 요석이었던 검은 고양이 사다이진은 요석이기 이전에 어떤 사이였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리가와 차의 뒷 좌석에서 사다이진이 다이진을 아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을 보면 둘의 사이는 각별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이 궁금증도 저의 상상에 맡겨두려 합니다.

 

 

□ 기타 잡담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 - '승리(La Victoire)'

영화를 보며 개인적으로 가수 윤하의 곡 '사건의 지평선'의 뮤직비디오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윤하가 별로 뒤덮인 밤하늘 아래 드넓은 공간에서 문 하나를 발견하고 그 곳을 향해 뛰어갑니다. 그 문을 열자 윤하가 서 있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는 바로 우주 공간입니다. 문 너머로 운석들이 둥둥 떠 있는 우주 한 가운데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행성 하나가 있습니다. 이 곡에서 빛을 뿜는 그 행성은 이제는 헤어져 잊혀야 하는 연인으로 해석됩니다. 윤하가 연 그 문은 사건의 지평선이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잃게 되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의 문 안쪽이 죽은 자들의 공간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며 '사건의 지평선'을 잠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의 작품 중 '승리(La Victoire)'가 떠올랐습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문 너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빈도와 규모를 보면 이제는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자연 재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모습과 그 피해를 뉴스 영상으로 보며 두렵고 안타까웠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며 다시금 그때의 안타까움을 떠올려 보게 되었고,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와 스토리 흐름을 보며 실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다시금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 재난 판타지를 애니메이션으로 곱게, 음악으로 마디 마디 아름답게 표현하여 잘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미미즈가 제거되어 오로라 빛 아름다움만 남은 '저세상'과도 같은 그런 미래 사회가 펼쳐지길 바라며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