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현대미술 전시회 중 하나인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핫한 전시답게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도 있어서 시간 맞춰 해설도 함께 들으면 더욱 즐겁게 전시회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전시 정보
- 전시 기간: 2022.12.24. - 2023.3.26. (휴관일: 2023.3.6.(월))
- 운영 시간: 10:30 - 19:00 (입장 마감: 18:30)
- 장소: 롯데뮤지엄(Lotte Museum of Art), 롯데월드 타워 7층 및 에비뉴얼 6층 (서로 연결되어 있음)
- 지하철 이용 시, 잠실역에서 내려 1,2번 출구 쪽에 있는 롯데월드 몰로 들어가신 후 조금만 걸으면 'On and Beauty' 매장이 있는데, 그 매장 맞은 편에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6층 누르고 내리신 후 '크리스탈 제이드' 매장 찾아가시면 바로 옆에 롯데뮤지엄이 있습니다. - 롯데뮤지엄 주차 정보: 10:00-20:00 10분당 평일 300원, 주말 500원 / 그 외 시간은 200원 / 1일 최대 요금 45,000원
롯데시네마, 아쿠아리움, 롯데뮤지엄 당일 티켓 소지 시 10분당 200원(최대 4시간) / 초과분은 기본 요금 체계를 따름 - 티켓 판매: 롯데뮤지엄 홈페이지, 네이버 예약, 인터파크 티켓 등
□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무료 운영)
사실 이 전시를 예약한 이유 중 하나가 무료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었어요. 현대 미술이라는 것이 정의하기 어려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장르의 예술이라고 생각되기에 해설 없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이 괜찮을까 싶었거든요. 마치, 손전등 없이 어두캄캄한 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상황 같다는 생각에 현대 미술 전시회를 해설 없이 관람하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기도 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회에 무료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김찬용 도슨트님의 해설을 들었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도슨트님들 해설도 궁금하여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의 해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도슨트 운영 시간은 매일 11시, 13시, 15시마다 시작되고, 50분 소요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11시 해설을 듣기 위해 정시 딱 맞추어 입장했는데, 도슨트 해설을 처음부터 빠짐없이 듣고 싶으시면 정시보다 여유 있게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시회 입장하는 입구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 마틴 마르지엘라 (Martin Margiela)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는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를 설립한 패션 디자이너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에는 '메종 마르지엘라'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만 막연히 알고 있었을 뿐, '마틴 마르지엘라'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이 전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작가로서의 그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할머니와 부모님의 직업 활동의 영향을 받아 예술적 감각을 키워나갑니다. 할머니는 의류업에 종사하여 옷을 만드는 일을 하였고, 아버지는 이발소를 운영하고 어머니는 그 이발소에서 향수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미용과 패션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이 전시를 보면, 두상 위에 머리카락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꽤 등장합니다. 이는 이발사였던 아버지의 직업에 영향을 받아 그 영감을 작품으로 녹여낸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1987년에 패션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설립한 후 '해체주의'라는 이름 아래 그만의 독특한 패션 원칙을 녹여 옷을 디자인합니다. 안과 겉을 구분하는 기성 의류의 불문율을 깨고 안쪽의 시침선이나 실밥을 밖으로 보이게 하는 스타일이라든지, 패딩 재질 스타일의 장갑으로 만든 재킷, 운동화를 재단한 천으로 만든 상의 등은 그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해체주의에 기반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 제품에서 보이는 네 개의 하얀 실로 된 스티치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2008년에 20주년 기념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패션계에서 은퇴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브랜드 이름은 '메종 마르지엘라'가 되었고, 현재는 한 때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패션계 은퇴 후 현재는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전시는 2021년 파리에서 첫 개인 대규모 전시회를 시작으로 베이징에 이어 현재 서울 잠실의 롯데뮤지엄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전시 리뷰
이번 전시에서는 마틴 마르지엘라가 제작한 50여개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잘 맞추면 도슨트 해설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그 시간을 놓치더라도 네이버 VIBE 앱을 통해 스마트기기로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롯데뮤지엄 들어서는 입구에 붙어 있는 데오도란트 이미지들입니다. 이번 전시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데오도란트 이미지를 전시 전-중-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매표소 맞은 편의 이미지들
매표소 맞은 편에 수많은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요. 나중에 해설을 들어보니 이 이미지들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찍은 사진과 이미지들을 전시한 것이라고 하네요.
◇ 입구 앞 자판기
입구 앞 티켓을 제출하는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니 자판기가 있었고 그 안에 종이 상자가 빼곡히 들어가 있었어요. 번호를 누르니 그 번호에 얹힌 종이 상자 하나가 툭 나왔어요.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하여 상자를 열어봤는데...
겉면 한 쪽에 데오도란트 이미지가 있고, 상자를 뜯어보니 전시장 안내도와 작품 이름 리스트가 있었어요. 작품 브로셔를 배부하는 방식도 신선하고 창의적이어서 전시 시작 전부터 매우 기대가 되었습니다.
입장하니 처음에 마틴 마르지엘라에 대한 설명이 안내된 캡션이 붙어 있었어요. 보통 전시회 캡션이 딱딱한 판으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 전시에서는 종이 인쇄물로 되어 있어 빈티지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전시의 모든 캡션이 아래 사진처럼 종이로 되어 있는 것이 독특했고,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마틴 마르지엘라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 데오도란트
이번 전시 곳곳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데오도란트입니다. 티켓, 브로셔 겉면, 전시회장 입구, 출구 앞 대형 포토월 등 다양한 곳에서 데오도란트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었어요. 데오도란트 라벨에는 실제 데오도란트의 상품 정보가 아닌 이 전시회의 정보가 적혀 있었어요. 전시회 장소와 전시 기간, 그리고 이 전시회에 출품된 모든 작품들을 제작할 때 사용한 재료가 표기되어 있었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공산품에 원료가 표기되어 있는 것처럼 작품들에 사용된 재료가 하나하나 나열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작가는 데오도란트를 왜 이리 즐겨 표현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 찰나에 도슨트 님의 해설을 들었습니다. 데오도란트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져 사람의 체취를 가려 주는 용도로 현대인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용품입니다. 그 체취는 노동의 산물로서의 땀, 활동하면서 분비된 물질들, 사람 고유의 체향 등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데오도란트는 이런 것들을 가리고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어찌 보면 데오도란트를 사용하는 것이 타인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기 위한 에티켓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위생 관념과 타인에 대한 매너마저도 산업화된 현실에 드리워진 어두운 면을 작가는 데오도란트 형태로 조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헤어 포트레이츠 / 레드헤드
<헤어 포트레이츠>는 잡지 표지를 특정 인물의 머리로 가득 메우고 있는 작품 액자가 벽에 걸려있습니다. 벽에 걸려있는 잡지에 있는 인물들은 얼굴이 머리카락으로 뒤덮여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도슨트 님께서 "미래에는 누구나 15분은 유명해질 수 있다."라고 말한 앤디 워홀의 워딩을 인용하셨는데, 이를 들으며 어쩌면 저 표지의 인물은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액자가 걸린 곳마다 그 아래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감싼 잡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데 그 잡지들은 벽에 걸린 잡지들과는 다르게 표지에 달의 표면, 화산의 모습, 자연재해의 찰나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힘과 대자연의 위력이 대치되는 것을 보여주며, 이 속에서 오래도록 이어지는 존재의 잔해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전시에는 몇 가지의 작품에서 스탭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이 작품에서도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 놓거나 빈 자리의 벽에 액자를 거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습니다.
<레드헤드>는 실리콘으로 제작한 두상에 자연모를 한 가닥씩 오랜 시간동안 이식하여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모두 레드헤드지만 붉은색의 밝기나 톤이 미세하게 다르고, 레게 머리로 표현된 작품도 있어서 다양한 레드를 표현하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전시 곳곳에 머리카락으로만 뒤덮혀 있는 두상 작품을 여러 개 볼 수 있는데, 현대 사회의 익명성을 머리카락으로 치환하여 표현하였다는 해설을 들으며 이발사였던 아버지의 직업이 큰 영감을 주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필름 더스트
당연히 사진을 확대하여 인화한 작품인 줄 알았던 <필름 더스트>는 사실 유화 작품이었습니다. 기름을 수채화 수준으로 사용하여 투명하게 표현하는 ‘트롱프 뢰유’ 회화 기법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오래 전 사진 촬영할 때 사용되었던 아날로그 필름에서 발견되는 먼지 조각, 파편, 스크래치 등이 매우 크게 표현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가까이에서 이 작품을 살펴보니 표면이 빛을 반사하여 반짝이며 존재감을 발산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게 되는, 아니 관심조차 두지 않는 먼지와 같은 존재들이 이렇게 빛 속에서 조명되는 것을 보며 때로는 일상을 좀 더 깊게 살펴보고 그 속에서 보석과 같은 반짝이는 존재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블라인드로 구분된 공간
작품과 작품 사이에 블라인드 커튼이 설치되어 가림막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작가 본인이 직접 블라인드 길이와 위치를 모두 설계하였다고 해요. 관람객이 미로처럼 전시장을 헤매는 효과도 있고, 그 방의 작품은 다른 작품과 서로 차단시킴으로써 온전히 그 작품에 집중하여 감상하고 기억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하려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가 느껴졌습니다.
◇ 바니타스
<바니타스>는 실리콘 구체를 두상으로 형상화하고 표면에 자연 모발을 하나 하나 이식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모발은 윤기있는 금발에서 점차 짙은 색이 되었다가 마지막에 백발이 되는 흐름으로 제작되었고, 머리카락의 결도 부드러운 것에서 점차 푸석푸석해지는 쪽으로 변하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바니타스’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정물화의 한 장르이며, 주로 해골, 꽃, 촛불 등 언젠가 시들고 소멸해 가는 것을 피사체로 삼았습니다. 작품의 이름도 이 ‘바니타스’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도슨트 님께서 해설 중 ‘이 다섯 시점의 어딘가에 있든지간에 그 순간의 영감에 집중하여 살아감으로써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 바디 파트 블랙 앤 화이트
이 두 개의 작품은 동일한 이미지를 오일 파스텔로 똑같이 제작하여 벽걸이 스크린에 쌍둥이처럼 나란히 걸어 전시했습니다. 작품만 놓고 보면 복제된 듯한 동일한 작품을 왜 두 개나 걸어 놓았을까 싶지만, 퍼포먼스를 보고 해설을 들으며 작가의 표현 의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스크린이 프로젝터 형태여서 작품을 말아 올리고 펼치는 것이 가능하게 제작되었습니다. 퍼포먼스 시연자는 두 개의 작품 중 하나의 작품을 말아 올렸는데, 이렇게 선택적으로 작품을 개폐하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번지거나 스크린이 훼손되는 등의 손상이 서로 다르게 생기게 됩니다. 태생이 동일했던 작품이 전시되는 과정에서 서로 차이가 생기는 것이 마치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두 존재가 각자의 개성을 발달시켜 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또한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보통 유리 케이스나 특정 장치로 보호되어 마치 갇혀 있는 것처럼 원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하지만, 작가는 작품을 가두어 두지 않음으로써 전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손상도 예술의 일부로 여겼다고 합니다.
◇ 토르소 시리즈
토르소 작품이 전시된 방에 들어가보니, 받침대 위에 몸통의 한 부분을 표현한 토르소 작품 여섯 개가 놓여 있었고 하나의 작품에는 하얀 천이 씌워져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토르소는 하얀색, 짙은 베이지(밝은 갈색) 색, 검은색으로 각기 표현되어 있고, 3D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신체의 모습을 양감 있게 표현하였고, 이 작품의 재료가 된 실리콘을 라벨로 만들고 캡션 밑에 제시하여 만져보도록 하였습니다. 한 조각상을 보고 신체의 어느 부분일지 궁금했는데, 전시장 입구에 붙어 있던 제작 이미지들 중 빨갛게 표시한 저 이미지를 추후 발견하고 제작 과정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하나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데, 스탭 한 분께서 한 토르소 작품에 덮여 있는 천을 다른 작품으로 옮겨 씌우는 퍼포먼스를 시연하셨습니다. 퍼포먼스라고 하면 무언가 거창하거나 화려한 행동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전시의 퍼포먼스는 단순하게 작품 가리기, 재배치와 같은 단순한 행동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되었던 퍼포먼스였는데, 여기에도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덮어 놓거나 휙 넘겨버리는 동작 등으로 작품 감상 시간을 일부 제한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은연중에 이 순간을 놓치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작품을 보는 시간 동안 작품에 좀 더 깊게 집중하도록 합니다. 이런 단순하지만 깊은 의도가 숨어 있는 장치를 통해 관람자를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려는 작가의 마인드가 프로답게 느껴졌습니다.
◇ 립싱크
이 작품은 독순술이라 불리는 입술의 움직임에 의한 소통 방식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청각에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풍부한 소통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청각 없는 시각 정보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미지로 세련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정지되어 있는 이미지들이지만, 입술 이미지 하나하나를 본 후 몇 발자국 떨어져 전체를 한 눈에 보니 청각을 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레드 네일즈
<레드 네일즈>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레드 네일즈 모델>의 블라인드 뒷 편에 가려진 이 작품은 퍼포먼스 시연자가 블라인드를 걷음으로써 등장합니다. 원색의 레드로 색칠된 매우 큰 손톱들은 극대화된 아름다움과 매력에 대한 갈망의 표상일까요. 이 작품을 보며 약간은 괴기한 느낌도 들었는데, 이는 극단적인 미의 추구로 인한 어두운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 라이트 테스트
<레드 네일즈>를 보고 있는데, 옆 방에서 기괴한 웃음과 절규의 그 어딘가에 놓인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의 정체는 바로 이 영상 작품이었습니다. <라이트 테스트>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라이트 테스트를 한다는 안내문이 비춰진 후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여성이 얼굴을 드러내려는 찰나에 데오도란트 유튜브 삽입 광고처럼 갑작스레 등장합니다. 광고가 끝난 후 드러난 여성의 얼굴은... 온통 머리카락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옆 방에서 들었던 소리는 이 여성이 내는 소리였어요. 이 영상 작품이 제시된 방은 출구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이 작품에서 사용된 위그 마스크가 바닥에 툭 떨어져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독특한 이 영상을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느끼니 으스스하고 당황스러우면서도 마스크 속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소리에 담긴 감정 표현은 무엇일까 싶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개념 미술 장르라고 합니다. 작가의 생각이 오롯이 들어찬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보며 단지 눈으로 즐기는 관람이 아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관람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도슨트 님의 해설이 있었기에 새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관람객 각자의 생각에 작품 해석을 맡겨, 스스로의 감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마틴 마르지엘라의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흥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디어가 가득할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기대되며 아티스트로서의 그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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